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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 새파란 가을하늘에 끌려 패러글라이딩을 신청한지 어느덧 두달이 되었다.
이번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비행에 참석하게 되면 입문과정 8회를 모두 마치게 된다.
직업도 있고 개인적인 크고작은 일들도 겹쳐 입문과정을 마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부도 근처에 사는 관계로 오가면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광경을 많이 보았고,
그때마다 막연히 품었던 동경을 이루기 위해 블루호크 패러스쿨에서 패러글라이딩 입문과정에 등록했다.
눈부시게 파랗고 넓은 가을하늘을 마음껏 날아보고 싶어 시작한 일이지만, 직접 경험해본 패러글라이딩은
생각만큼 녹록치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하늘을 나는 레포츠이다 보니 자연스레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했고,
그 때문에 직접 하늘을 날기 전에 여러번의 지상연습을 하면서 장비를 다루는 감과 기술을 익혀야만 했다.
가을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여름처럼 더운 9월의 날씨 속에서, 생전 처음 다루어 보는 무거운 장비를 메고
지상연습을 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로 신경써주시는 스쿨장님, 그리고
지상연습 뒤 비행에 나서는 선배 교육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곧 저렇게 직접 날아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없이 지상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비행을 했던 날은 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었다. 자칫하면 기상때문에 비행이 불가능할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후 늦은 시간으로 접어들면서 다행히 바람은 어느정도 잦아들었고, 마침내 기다려왔던 첫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땅에서만 발붙이고 살아온 나에게 처음으로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본 경험은 이전의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놀라운 경험이었다. 비행기야 몇 번 타본적이 있지만, 장비에만 의지하여 직접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비행하는 패러글라이딩의 비행은 비행기와는 전혀 다른 패러글라이딩만의 멋과 매력이 있었다.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다. 날개를 펴면 그 너비가 3, 4m 에 달하는, 날 수 있는 새 중에서는 가장 큰 종.
일단 날아오르면 커다란 날개 덕에 활공만으로도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새지만, 날개가 너무 커서 날기 위해서는
바닷가의 절벽에서 열심히 날개를 퍼덕여야 하고, 지상에 있을 때에는 그 큰 날개를 질질 끌면서 걸어다녀야만 하는 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나는 이 알바트로스 생각을 많이 했다. 패러글라이딩이란 레포츠는 알바트로스와 닮았다.
무거운 장비와 보호장구를 여럿 착용하고, 그걸 짊어진 채 산에 올라가 바람을 타려고 노력하는 패러글라이딩의 비행방법은
절벽 위에서 상승기류를 타려고 날개를 퍼덕이는 알바트로스의 몸짓과 놀라우리만치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상에서 그렇게 부자유롭던 알바트로스는 한번 날아오르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새들보다 더 자유롭게,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역시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제대로 떠오르기만 한다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유롭게 날아볼 수 있다. 비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투자가 전제된다면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레포츠,
인간으로 하여금 새처럼 비행해볼 수 있게 해주는 레포츠,
그것이 두달간 경험해본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작성일 : 201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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